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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뉴스

자카르타의 20살 미란티 그리고 김성룡

김성룡, 제5회 국무총리배를 보면서

날짜: 2010-10-26 | 조회수: 5,793
20살 미란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女國手 김성룡, 제5회 국무총리배를 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무총리배 세계 아마선수권 대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3일간(10월 23,24,25일)의 일정은 선수들에게도 빡빡한 일정이지만 심판에게도 쉬운 일정은 아니네요. 정확한 시작과 언어에서 나오는 선수들 간의 분쟁을 중재해야 하기 때문에 시합장 안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그들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3일간 그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 보려 합니다.
▲세계아마바둑 선수권, 단체 기념사진
이상헌 (대한민국) 우리나라 대표 선수는 이상헌이네요. 그런데 솔직히 전 이상헌을 잘 모릅니다. 그가 어디서 바둑을 배우는지 얼마나 잘 두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전혀 아는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이상헌은 저에겐 다른 외국인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세계 아마 선수권대회는 우리나라 선수의 독무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프로 선수를 내보내던 예전과는 달리 순수 아마를 내보내고 있고 일본은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의 경우는 프로가 되어도 충분한 실력의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우승을 못하는 게 오히려 뉴스가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점 때문인지 저의 관심은 우리나라 선수인 이상헌에겐 일찌감치 멀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3일간 지켜 본 잠깐의 이상헌은 아주 훌륭한 청년이었습니다. 아무리 약한 상대와 두더라도 그는 최선을 다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일관했습니다. 상대가 워낙 실력 차이가 나면 행동에서나 대국 모습에서 흐트러진 모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프로인 제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외국의 바둑친구들에게 실력만이 아닌 바둑의 고수는 행동도 이렇다는 모범을 보여 준 것 같아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막달레나와 미란티
마룬디나 미란티 (인도네시아) 사이버 오로 김수광 기자에게 혹시 제가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갑자기 이 친구가 제가 글 쓰고 싶었던 사람들을 바쁘게 훑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여자 선수 위주로요^^ 이번에 저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사람은 바로 마룬디나 미란티라는 인도네시아 아가씨입니다. 이제 20살의 마룬디나 미란티는 키가 작은 아가씨입니다. 그녀는 자카르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아버지는 군인으로 우리로 치면 중령 정도 되는 직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나라에서는 군인과 경찰의 힘이 막강하다고 하죠,그래서인지 우리 식의 아주 부자는 아니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것 같습니다. 영어가 상당히 유창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주한 우리 교민과 일본인, 중국인을 제외한 현지인의 바둑인구는 약100명 정도입니다. 현지인 들이 본격적인 바둑을 시작한지는 10년이 채 안되었습니다. 마룬디나 미란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불가리아 14살 여자선수와 둘이 첫판을 두던 모습을 지켜보면서부터 입니다. 유일하게 여자선수의 맞대결은 7라운드 중 그 판 밖에 없었습니다. 둘 다 실력은 인터넷 1단 수준. 저한테 8점 정도 접히면 될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 정석을 두 번이나 몰라 마룬디나는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상대는 얕보기 시작합니다. 정석도 모르는 상대랑 그것도 첫판을 두니 이건 완전 거저주운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그 정도의 수준에서의 역전은 어이없게 일어나죠. 정석은 모르지만 전투는 강했습니다. 화초바둑을 상대로 중반에 상대의 대마를 공격해 순식간에 역전 시켜버렸습니다. 2라운드에서는 당연히 질 줄 알았던 3단정도 되는 상대를 또 이겼습니다. 갑자기 그녀는 스타가 되어버렸습니다. 시합장에 가면 자리 배치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프로의 경우는 단 서열, 나이 순 이런 걸 기준으로 자리배치를 합니다. 이번 대회의 경우는 첫판은 전년도 나라 순위로 배치하고 그 다음은 1라운드 결과에 의해 바뀌게 되는 거죠. 참고로 지난해 우승했던 우리나라는 이상헌군이 한판도 안 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 첫 번째 메인 자리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두었습니다.
▲ 메인을 차지한 미란티(앞줄 오른쪽)
2승을 한 그녀는 3라운드에서 앞으로 최소 10년, 아니 당분간이라고만 해두죠. 경험해보기 힘든데 까지 올라갔습니다. 2승을 하자 2번째 메인으로 올라가 시합을 하게 되는 영광을 가진 겁니다. 그것도 상대가 중국대표 후위칭입니다. 8점정도 수준 차이가 있어서인가요. 아님 일찌감치 포기한 건가요, 20분을 못 버텼습니다. 4라운드는 미국선수, 계속 강자들 하고만 둡니다. 결국 그녀는 최종 2승5패로 대회를 마무리 했습니다. 스위스리그시스템의 피해를 본 전형적인 케이스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스위스리그는 이기면 이길수록 강한 상대와 두고 반대로 지면 질수록 약한 상대랑 두는 것이 기본 시스템입니다. 체스의 대회 기본 방식과 같습니다. 스위스리그의 허점은 실력이 비슷하다면 아주 유용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실력차이가 많이 벌어지는 세계 아마 바둑대회의 경우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머리 좋은 유럽인 들이 이 허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 실력이 10위안에 드는 게 목표인 사람은 관계가 없습니다. 또 1승6패 이하의 전력인 사람도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 실력은 30-40위권인데 목표가 15위 정도라면 충분히 이 방법이 유리합니다. 첫판을 고의로 집니다. 그러면 다음 판은 랭킹이 낮은 상대와 두게 됩니다. 여기서 이깁니다. 그러면 세 번째 판은 1승1패 중 자신이 랭킹이 낮은 사람을 이겼기 때문에 또다시 랭킹이 낮은 사람과 두는 거죠. 묘한 게 그게 끝까지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첫판을 이기면서 가면 3승4패나 2승5패를 할 전력의 선수가 반대로 5승2패 정도를 할 수가 있습니다. 이번 대회 스위스리그 최대 수혜자는 아일랜드 선수입니다. 그는 4승3패로 끝냈습니다. 그의 실력은 1단 수준으로 마룬디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첫판을 지고 자기보다 약한 상대와 4연승, 그다음은 4승1패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잘 두는 사람과 둬야하니 결국 4승3패가 된 거죠. 마룬디나는 2연승 후 3,4,5,6라운드는 전부 자기보다 5점 이상 차이가 나는 고수와 두고 마지막 판만 비슷한 상대와 대국을 하게 된 겁니다. 그녀는 2승5패를 했지만 의기소침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못 둬서 진 게 아니고 상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뭘 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시작한 것이 바둑 동아리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그 동아리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고 15명의 대학생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 중 한명이 대학 근처의 정규 고등학교에서 1주일에 한번 바둑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뭐가 가장 필요하냐고 묻자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모든 게 다요. 우린 인제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사이버오로에서 협찬을 받아 이번에 그녀에게 영어 바둑 입문 책자 5권을 주었습니다. 한권에 2만원이니까 10만원 상당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평균임금이 10만 원 정도입니다. 그녀는 너무 고마워했습니다. 그 교재를 복사해 학생들 바둑 가르치는데 쓰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본 그녀는 분명 인도네시아의 조남철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녀를 위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녀를 응원해 주세요 그녀의 이름은 ‘마룬디나 미란티’입니다.
▲ 미란티는 아직도 자그만 소녀 다. 백인남자와 반상을 마주하자 체급의 비교가 확연히 가능하다
▲우승자 이상헌
[글 | 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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