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호 아마기사가 29일 경기도지사배 아마추어바둑 명인전 대회장에서 프로기사 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바둑에서는 기력(碁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30대 나이에 프로기사의 문을 두드리는 늦깎이 아마 기사가 있다.
정찬호(32)씨는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경기도바둑협회가 주관해 28~29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18 경기도지사배 전국 아마추어바둑 명인전에서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로 선발됐다. 지난해 서울대표로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에는 소속팀인 ㈜원봉루헨스가 서울에서 김포로 이전하는 바람에 경기도 대표로 나오게 됐다.
정 씨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시작했고 ‘조치훈배 어린이바둑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기력도 인정받아 양재호 사범 문하에서 연구생으로 수련했다. 하지만 20세가 되도록 입단을 못해 졸업했고 2014년 입대해 2016년 8월 전역했다. 군 복무 시절 바둑공부를 접을 수 밖에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 공백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나이(?)가 있다 보니 요즘 대회에서 3, 4판을 넘기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체력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정 씨는 보통 20대 이전 입단하는 후배들보다 많이 늦어 마음을 내려 놓은 것이 요즘 기력이 좋아지는 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바심을 떨쳐내니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올해는 9월 전북 부안에서 열릴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로도 선발됐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고, 열심히 한 사람만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는 그는 “난 미련이 남을 만큼밖에 열심히 하지 못해 아직 입단의 꿈을 포기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있을 프로입단대회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도전할 생각”이라며 “자신은 있는데 쟁쟁한 후배가 하도 많아 당인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바둑은 수 읽기를 해야 돼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힘이 생긴다” 면서 “세일즈를 하거나 상담하는 직업처럼 교류, 대화, 설득에 나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다만 제 나이가 되도록 바늘구멍 같은 프로입단에 매달리는 것은 비추입니다” 고 웃었다.